반려견이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채기 쉽다. 행복한 개는 눈매가 편안해 보이고 입도 차분하게 벌리고 있다. 이빨과 혀의 일부가 보이지만 일부러 입술을 벌리며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 거릴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도 부드럽게 살랑살랑 흔들고 그에 따라 몸 전체가 함께 씰룩거린다. 원래 개가 겁을 먹으면 자세를 낮추는데, 기분이 좋을 때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귀도 편안하게 양쪽 귀도 편안하게 내린다.

반면 겁먹었을 때를 알아차리는 건 쉽지 않다. 일반 견주보다는 개 전문가들이 겁먹은 상태를 잘 알아차린다. 그러나 많은 견주들은 동물병원에 방문할 때나 주변에서 불꽃놀이를 할 때처럼 개가 겁을 먹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개가 겁먹었다는 신호를 놓치곤 한다. 개들은 여러 방식으로 두려움, 불안, 스트레스의 신호를 보낸다. 꼬리를 안으로 밀어 넣거나, 귀를 뒤로 바짝 젖히고, 입술이나 코를 핥는다. 고래 눈처럼 평소보다 눈을 크게 떠 흰자가 두드러지게 한다. 시선을 피하고 앞발을 들고 몸을 떨거나 턴다. 자세를 낮추고 피곤하지 않은데도 하품을 한다. 헥헥거리고, 털을 핥고, 코를 킁킁대고 주변 사람을 찾는다. 몸을 숨기고, 움직이지 않고 꼼짝 않고 뻣뻣하게 서 있거나 소변이나 대변을 지리기도 한다. 견주가 이러한 신호를 잘 감지해야 반려견이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도울 수 있다. 

꼬리를 흔든다고 다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꼬리를 높이 세우고 짧고 빠르게 흔들면 위협을 한다는 신호다. 하지만 뭉툭하거나 꼬불꼬불 말린 꼬리를 타고나거나 미용을 목적으로 꼬리나 귀가 바싹 잘리는 개들도 있다. 이러한 견종별 특성 또는 미용 목적의 외모 변화는 우리가 개의 신체 언어를 읽어 내는 데 방해가 된다.

현재 우리는 개들이 행복감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찰스 다윈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감정을 느끼도록 진화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많은 과학자가 이에 관해 회의적이었다. 이는 아마 인간이 동물들의 주관적인 경험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역사적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고유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감정을 느낀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저명한 신경 과학자 자크판크 세프 교수는 동물의 뇌에서 발견되는 주요 정서를 일곱 가지로 분류했다. 그중 네 부분은 긍정의 정서인 탐색, 재미, 욕정, 걱정 등이 있다. 그리고 분노, 두려움, 공포 등은 부정적인 정서다. 

동물 복지 과학에서의 흥미로운 발견들은 발려견들의 삶에 적용된다. 1960년대 이후로 동물 복지는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데 국한돼 있었다. 우리가 반려견의 복지를 보는 관점은 1965년 영국 정부가 농장 동물 복지를 위해 내놓은 브람벨 보고서에 기초한다. 보고서 문구는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미국 시민의 네 가지 자유에 대해 연설한 내용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브람벨 보고서에서 말하는 동물이 가져야 할 다섯 가지 자유는 원래 농장 동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는 반려동물들에게도 해당한다.

<다섯 가지 자유>는 갈증과 배고픔으로 고통받지 않고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 자유:언제든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충분한 건강과 활력을 유지해야 한다. 신체적 불편함과 더위 및 추위로부터 안전할 자유:안전하고 평안하게 머무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에서 지내야 한다. 통증, 부상, 질병에서 안전할 자유:예방 또는 신속한 진단과 치료로 보호한다. 두려움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자유:정신적인 고통을 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정상적인 행동 표현의 자유:충분한 공간, 적합한 시설 그리고 동물이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최근 들어서는 뉴질랜드 매시 대학교 교수인 데이비드 밀러가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 인간의 행동을 평가할 때 사용해야 할 다섯 가지 영역 모델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인간이 동물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데만 초점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한다. 다시 말해 동물복지란 동물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멜로 교수는 "영양, 환경, 건강, 행동 등의 영역에 대해 생각할 때 동물들의 생존에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잘 자라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멜로 교수는 부정적인 상태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목마름을 봤을 때 동물들도 목이 말라야 물을 마신다. 물을 마시면 목마름이 가시고 더는 물을 찾지 않게 된다. 배고픔도 마찬가지로 동물들은 배가 고파야만 무언가를 먹으려 할 것이다. 이렇듯 목마름과 배고픔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정적 경험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긍정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부정적 내면 상태도 고려해 봐야 할 문제다. 동물들은 머무는 환경과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서 두려움, 불안, 우울, 지루함, 그리고 외로움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대한 책임은 주로 사람에게 있다. 이는 우리가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물이 지루하지 않도록 다채로운 환경을 조성한다든지 해서 말이다. 두려움이나 통증과 같은 부정적 상태는 개가 긍정적 상태를 경험하는 것을 막는다. 예를 들어 통증을 느끼는 개는 재미있게 뛰어놀지 않을 것이다. 다른 개나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있으려고 하고 제대로 먹지 않을 것이다. 즉 부정적 상태를 최소화하는 것은 개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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